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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례세미나자료

재벌개혁의 원칙과 과제 (김상조 2002-10)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08-01-02
첨부파일 : 파일 다운로드 2002_10월 제도경제(발제문).pdf
1. 서론: 재벌개혁의 기본 방향 □ 1997년 경제위기는 기업지배구조 측면의 과소규제(under-regulation)가 개별 기업과 기업집단의 파산을 넘어 국민경제 전체 차원의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음. ○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서는 재벌개혁의 이름 하에 다양한 형태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가 시행되었음. ○ 증권집단소송제도를 비롯한 사적 피해구제 제도의 개선, 금융감독 및 회계감독 제도의 개선 등 중요한 입법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 협의의 기업지배구조, 즉 이사회의 구성 및 그 역할, 그리고 주주권의 행사와 관련한 법령상의 제도화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여타 선진국에 못지 않은 수준으로 강화되었음. 재계 측에서는 협의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령상의 제약이 이른바 global standard를 뛰어넘는 과잉규제(over-regulation) 수준에 이르렀다고 비판하고 있음. 그러나 최근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조치(예: Sarbanes-Oxley Act of 2002 제정, NYSE 및 NASDAQ의 상장기준 강화 등)를 감안하면, 우리 나라의 지배구조 관련 법령에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음. 자세한 내용은 후술 참조. □ 문제는 이러한 법령상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임. ○ 특히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화, 제반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 완화 등의 핵심적인 장치들이 기대했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 ○ 이는 법령의 제․개정이 곧바로 경제주체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그 원인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음. □ 따라서 향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과제 중의 하나는, 시민단체에 의해 시장 외부에서 주입된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시장 내부화하는 것, 즉 시장참여자들에 의한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과 그 최종 결과로서 사법적 판단(판례)의 사례를 축적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임. ○ 시장참여자들에 의한 시장규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지배구조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예: ISS, IRC 등) 및 선도적 기관투자자(예: CalPERS 등의 공적 연기금, 또는 지배구조 펀드)의 역할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음. ○ 시장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사법적 피해구제 수단을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증권집단소송제도 등 구제수단 자체의 개선 이외에, 현실적으로 원고의 입증책임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 및 공정거래당국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함. □ 한편, 협의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재벌구조의 존재 그 자체에 있음. ○ 즉 다수의 계열사가 개별법인의 테두리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 통할경영되고 있으며, 그룹의 의사결정권이 적절한 감시와 견제 없이 재벌총수와 그 참조조직에 집중되어 있다는 재벌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개별법인 차원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움. ○ 따라서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부당 내부거래 문제,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문제, 그리고 부와 경영권의 편법상속 문제 등 재벌구조 자체의 폐해에 대한 보완적 대책 없이는 협의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의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기업지배구조 관련 법령의 외형적 개선을 근거로 여타 재벌관련 규제의 대폭 완화 내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임. ○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999년 8.15 경축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된 「5+3」원칙, 특히 새로 추가된 3가지 원칙은 재벌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음. 그러나, 2000년 말 이후 세계경제의 동시불황을 배경으로 상기 재벌개혁의 핵심 조치들이 대부분 후퇴함으로써 결국 현 정부의 재벌개혁은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음. □ 물론 정부 규제가 재벌개혁의 유일한 수단일 수는 없으며, 감독자에 대한 감독의 문제(Who monitors monitor?)가 또 다른 난제로 남는 것은 분명한 사실임. ○ 그러나, 엄정한 공정거래제도, 금융감독제도, 조세제도를 확립하는 것, 나아가 이러한 제도 속에 재벌개혁을 위한 합리적 규제체계를 반영하는 것은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정부의 고유한 책무일 것임. ○ 따라서 공정거래제도, 금융감독제도, 조세제도 등에서 재벌규제적인 요소를 제거하자는 재계의 규제 완화 내지 폐지(de-regulation) 요구는 재벌구조의 특수성을 은폐하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음. ○ 재벌개혁은 주로 상법․증권거래법․상장규정 등에 반영되는 협의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조치는 물론, 공정거래법․금융관련법․세법 등을 포괄하는 규제체계 전반의 합리적 재설계(re-regulation)를 요구하고 있음. □ 결론적으로, 재벌개혁은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 내부규율(internal discipline), 감독규율(supervisory discipline)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며, 그 중에서 감독규율의 개선을 통해 시장규율과 내부규율의 발전을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정부가 담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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