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Institution and Economics Association

한국제도·경제학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월례세미나자료

위기 이전 한국자본주의의 난장적 특질 (이영훈 2002-11)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08-01-02
첨부파일 : 파일 다운로드 2002_11월 제도경제(이영훈).pdf
Ⅰ. 기본시각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기제로서 시장경제는 물적 및 지적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제반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제도와 기구를 토대로 작용한다. 그런데 나라마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같지 않고 나아가 전 경제에서 시장경제의 비중이 다양한 것은 그 토대를 이루는 제도․기구의 형태와 원리가 나라마다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에 깊이 규정되기 때문이다. 문화적 전통에는 우선 한 나라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할 당시의 경제발전 수준이 포함된다. 보다 근본적이며 경로의존적인 요인으로서는 생태형(eco-type), 가족형, 사회형, 종교형 등, 일상생활의 수준에서 유형과 차이를 발생시키는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마다 제도의 형태와 원리가 같지 않은 것은 그것의 이식과 토착의 과정을 규정한 이 같은 문화적 제요인의 차이 때문이다. 생태형은 온대와 열대, 평야와 삼림, 수전과 한전 등과 같은 자연적인 기후 및 환경의 차이를 말한다. 가령 수전과 한전의 두 농업지대에 있어서 기술의 발전경로의 차이는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경제발전 수준과 근대화 과정을 나눈 가장 근저적인 요인이었다. 가족형은 핵가족․직계가족․공동체가족 등의 가족유형과 그에 상응하는 친족조직의 차이를 말한다. 예컨대 앵글로색슨의 핵가족은 개인주의와 법치주의와 같은 시장경제의 덕목을 발전시킴에 있어서 중국과 인도의 공동체가족보다 유리하였다. 노동시장이나 사회적 분업으로서 농촌공업이 발전하는 데도 핵가족이 공동체가족보다 양호한 조건을 제공한다. 사회형은 사회의 통합을 위한 공공기능의 공급 주체가 부족인가 공동체인가, 아니면 관료제인가 등의 차이를 말한다. 시장경제를 위한 선진적인 제도나 기구는 관료제보다 촌락이나 상공인의 자율적인 공동체가 발달한 사회에서 조기적으로 성숙하였다. 종교형은 영리추구에 우호적인가 여부를 포함하여 경제활동의 방향에 관한 한 사회의 가치체계의 규정적 작용을 말한다. 주지하듯이 이슬람은 이자 추구를 아직도 금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그 사회에서 성립한 금융시장은 서유럽의 그것과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시각에서 1950년대까지 한국인의 대다수를 포섭한 전통 소농사회를 관찰하면, 정기시에서 전개된 생계형 상업과 관료제를 그 경제적 및 사회적 통합 형태로 하였다는 비교사적 특질을 지적할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이 정부주도형으로 수행되었던 것은 이 같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이다. 아울러 정부에 의한 주요 자원의 배분이 더 이상 효율적일 수 없을 정도로 경제의 규모가 커진 이후 그 시장경제가 난장으로서의 특질을 두드러지게 노정하였던 것도 이 같은 역사적 문화적 제요인에 의해서이다. 1997년 경제위기의 발생도 이 같은 시각에서 그 장기적이며 구조적인 인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 이 글의 취지이다.
이전글 1950년대의 외환배정과 경제적 지대 (김낙년 2002-11)
다음글 지방분권과 국가발전:어떠한 지방분권이 국가발전을 가져오는가? (김성배 2005-1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