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흄의 질서사상 : 진화, 정의 그리고 국가
데이비드 흄을 토머스 홉스, 장 자크 루소, 볼테르 등 프랑스 계몽 사상가들과 구분하지 않고 그를 이들과 함께 묶어 ‘계몽사상가’로 취급하고 있다. 그렇게 취급한 결과는 치명적이다. 흄의 계몽사상과 ‘프랑스 계몽사상’의 전통이 각각 다음 세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때 중요한 차이점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계몽사상은 인간 이성은 전능하다는 이유에서 이상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미신을 전제로 한다. 이성이란 사물을 판단할, 또는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흄에게 이성에는 한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이 탐욕과 같은 단기적 이익에 몰입하는 것도 그런 한계 때문이다. 인간의 그런 취약점들을 완화할 방법이 정의, 도덕과 사회다. 이들은 인간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문화적 진화의 선물이라는 것이 흄의 탁견이다. 그의 진화 사상은 창발적 복잡성을 지닌 ‘자생적 질서’의 관념이다. 문화적 진화의 결과로서 형성되는 정의와 법은 일반적 추상적 성격을 지닌다. 이것이야말로 법 아래에서의 자유다. 이로써 흄은 자유주의 법사상의 기초를 닦았다. 자유로운 정부는 일반적이고 평등한 법에 따라서 행동하는 정부다. 인간 이성의 한계 때문에 정치조직에서 적극적인 선을 기대할 수 없다. 가장 위대한 정치적 가치들, 즉 평화, 자유, 정의는 소극적인 이유다. 적극적인 정의(분배정의)를 지상에 확립하기를 원하는 야심은 그런 소극적 가치들에 대한 위협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선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에 파괴적이다. 이같이 문화적 진화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자유 사회의 기능원리와 법적 제도적 조건을 매우 포괄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던 인물이 흄이었다. 그의 사상은 애덤 스미스, 칼 멩거를 거처 하이에크로 이어지는 ‘스코틀랜드 계몽사상’의 전통을 확립한 인물이다.
On Hume’s Thoughts of Social Order : Evolution, Justice and State
It is misleading and even dangerous to give David Hume the same name as Enlightenment which names French thinkers such as Thomas Hobbes, Jean-Jacques Rousseau, and Voltaire, without making a distinction between these thinkers and Hume. For important differences are overlooked when considering the impact of Hume’s Enlightenment and of French Enlightenment on the next centuries, respectively. The French Enlightenment is based on the superstition that human reason can mould an ideal society intentionally because it is almighty. Reason refers to the ability of humans to judge sources of things or to distinguish between right and wrong. However, it is emphasized by Hume that there are unsuperable limitations to reason. It is because of such limitations that humans are immersed in short-term interests such as greed. Justice, morality, law and society are the ways to alleviate such vulnerabilities in humans. Hume’s view is that justice, morality, law and society are not the product of human reason, but the gift of cultural evolution. His evolutionary ideas are the idea of a ‘spontaneous order’ with emergent complexity. The justice and laws formed as a result of cultural evolution have general and abstract character. This is freedom under the law. This laid the foundation of liberal legal thought. A free government is a government that acts in accordance with common and equal laws. Because of the limitations of human reason, positive good cannot be expected in political organizations. That’s why the greatest political values - peace, freedom, and justice - are negative. Ambition to establish an positive justice, namely social justice is a threat to those negative values. It is devastating to society for the government to realize positive good. Using the concept of cultural evolution, Hume tried to understand the working principles and legal and institutional conditions of a free society very comprehensively. His ideas established the tradition of Scottish Enlightenment that led to Hayek through Adam Smith and Carl Menger.